2026-07-01 · 김도영 (선임연구원)

TCR-T 세포치료제란 무엇인가요? CAR-T·TIL을 넘어 고형암을 공략하는 T세포 수용체 기반 면역세포치료 완전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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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R-T 세포치료제는 환자 T세포에 특정 T세포 수용체(T Cell Receptor)를 심어, 암세포가 HLA 분자로 표면에 내놓은 세포 안쪽 항원 조각까지 인식하게 만든 면역세포치료입니다. CAR-T가 세포 표면 단백질만 겨냥해 주로 혈액암에서 힘을 쓴 반면, TCR-T는 NY-ESO-1·MAGE-A4 같은 세포 내부 암 항원을 표적해 활막육종 등 고형암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2024년 세계 최초의 고형암 대상 조작 T세포치료제 테셀라(Tecelra, 아파미트레스진 오토류셀)가 허가받았고, 2026년에는 소아까지 적응증이 확대됐습니다. 다만 HLA 제약과 교차반응 독성이라는 두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목차

환자 한 명을 만나며 시작된 질문

제가 이 주제를 오래 붙들게 된 계기는 한 활막육종(synovial sarcoma) 환자의 진료 기록을 검토하면서였습니다. 이십 대 후반의 젊은 환자였고, 표준 항암화학요법에 반응이 거의 없었습니다. 육종은 발생 빈도가 낮아 신약 임상 자체가 드문데, 이 환자의 조직 검사지 한 귀퉁이에 HLA-A*02:01 양성, MAGE-A4 발현 양성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그 두 줄이 치료 자격을 가르는 관문이라는 걸 실감하기 어려웠는데요. TCR-T 치료제는 아무 환자에게나 쓸 수 없습니다. 특정 HLA 유형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고, 그 HLA 위에 표적 항원이 실제로 얹혀 있어야 합니다. 이 조건을 둘 다 만족하는 환자는 생각보다 훨씬 적습니다. 비소세포폐암 임상에서는 2,500명 넘게 사전 선별했는데 최종적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가 1% 미만이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 순간 떠오른 질문이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왜 어떤 암은 면역세포치료의 문턱을 넘기가 이토록 까다로운가. 그리고 TCR-T는 그 문턱을 어떻게 다르게 넘으려 하는가.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자격 검사를 두고 처음에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표적 항암제 시대를 지나면서 '검사로 대상을 좁힌다'는 개념 자체는 익숙해졌지만, 면역세포치료에서 이렇게까지 촘촘하게 환자를 선별한다는 점이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다룰 안전성 문제를 알고 나면, 이 까다로움이 왜 필요한지 조금은 납득이 갑니다. 정밀하게 겨냥하는 대가로 대상이 좁아지는 것은, 어쩌면 이 치료가 감수해야 할 구조적 특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형암 앞에서 CAR-T가 멈춘 이유

한 줄로 요약하면, 고형암은 겉으로 붙잡을 손잡이가 부족합니다.

면역세포치료의 대표 격인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는 백혈병·림프종에서 극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그런데 이 성공에는 조건이 있었는데요. CAR는 인공적으로 설계한 항체 조각을 T세포에 붙여, 암세포 표면에 떠 있는 단백질(예: CD19)을 붙잡습니다. 혈액암 세포는 마침 표면에 뚜렷한 표지 항원을 달고 다녔기 때문에 이 방식이 잘 맞았습니다.

고형암은 사정이 다릅니다. 폐암이나 육종 세포 표면에는 정상 세포와 구별되는 안전한 표적이 흔치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암 특이 단백질 상당수는 세포 안쪽에 숨어 있습니다. CAR-T의 눈은 표면만 훑기 때문에, 세포질이나 핵 안에서 벌어지는 이상 신호를 읽지 못합니다. 손잡이가 안에 있는데 밖에서만 더듬는 셈입니다.

여기에 고형암 특유의 벽이 더해집니다. 종양 덩어리 안으로 T세포가 물리적으로 침투해야 하고, 종양 미세환경은 면역세포를 지치게 만드는 억제 신호로 가득합니다. CAR-T가 혈액암에서 보여준 힘이 고형암에서 좀처럼 재현되지 않은 배경입니다. 종양 조직 안에 원래 들어가 있던 림프구를 꺼내 키우는 TIL 세포치료제 같은 접근이 별도로 발전한 것도, 고형암이라는 난제가 그만큼 컸기 때문인데요.

TCR-T란 무엇인가: HLA가 여는 세포 안쪽 세계

TCR-T는 T세포 본래의 감시 방식을 그대로 빌려 씁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내부에서 만든 단백질을 잘게 부숴, 그 조각(펩타이드)을 HLA(사람 백혈구 항원)라는 접시에 얹어 표면에 전시합니다. 일종의 내부 사진 공개인데요. T세포 수용체(TCR)는 이 접시 위 펩타이드를 읽어, 정상인지 이상인지 판별합니다. 암세포가 안쪽에서 비정상 단백질을 만들면 그 조각도 HLA에 얹혀 밖으로 노출됩니다.

TCR-T 치료제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듭니다. 특정 암 항원 펩타이드를 잘 알아보는 고친화도 TCR 유전자를, 환자에게서 뽑은 T세포에 넣어 대량으로 키운 뒤 되돌려주는 방식입니다. CAR-T가 표면 단백질만 볼 수 있는 반면, TCR-T는 HLA에 얹힌 세포 내부 항원까지 표적할 수 있다는 것이 결정적 차이입니다. 이론상 표적 후보가 훨씬 넓어집니다.

대표 표적 두 가지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하나는 NY-ESO-1, 다른 하나는 MAGE-A4입니다. 둘 다 정상 성인 조직에는 거의 없고 종양과 고환 조직에서만 두드러지는 '암-고환 항원'이라, 정상 세포를 잘못 공격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됩니다. 왜 하필 이런 항원을 고르는지 생각해 보면 이유가 분명한데요. 표적이 정상 조직에도 널리 퍼져 있으면, 아무리 정확한 TCR이라도 건강한 세포까지 함께 공격하게 됩니다. 그래서 '종양에는 있고 정상 조직에는 없는' 항원을 찾는 일이 곧 치료의 안전성을 좌우합니다.

CAR-T와 TCR-T의 차이를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구분CAR-TTCR-T
인식 대상세포 표면 단백질HLA에 얹힌 세포 내부 펩타이드
HLA 필요 여부불필요필요 (특정 HLA형 제한)
주 적용 암종혈액암 중심고형암으로 확장
대표 표적CD19, BCMANY-ESO-1, MAGE-A4

다만 장점의 이면이 곧 약점입니다. TCR-T는 HLA에 의존하므로, 특정 HLA형(대표적으로 HLA-A*02)을 가진 환자에게만 작동합니다. 이 HLA 제약(HLA restriction)이 앞서 본 좁은 자격 문제의 뿌리인데요. 세포 표면 표지에 얽매이지 않는 NK 세포·CAR-NK 치료가 HLA와 무관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되는 것과는 정반대 지점에 서 있습니다.

테셀라·레테셀·키므트락: 대표 주자 비교

한 줄 요약: 같은 'TCR 기반'이라도 만드는 방식과 표적이 서로 다릅니다.

가장 상징적인 제품은 테셀라(Tecelra, 아파미트레스진 오토류셀)입니다. 미국 FDA가 2024년 8월 가속승인한 이 약은, 세계 최초로 고형암을 대상으로 허가된 조작 T세포치료제로 기록됐습니다(FDA, NCI). 표적은 MAGE-A4, 대상은 이전 항암치료를 받은 절제 불가·전이성 활막육종 성인입니다. 임상 2상에서 객관적 반응률 약 43%가 보고됐고, 2026년에는 전체 승인으로 전환되면서 12세 이상 소아까지 적응증이 넓어졌습니다(PR).

두 번째는 레테셀(lete-cel, 레테트레스진 오토류셀)입니다. 표적은 NY-ESO-1이고, 활막육종과 점액성/원형세포 지방육종(MRCLS)을 겨냥합니다. 핵심 임상인 IGNYTE-ESO에서 객관적 반응률 약 42%, 반응 지속기간 중앙값 12.2개월이라는 결과가 나오며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습니다(Adaptimmune). 세포를 뽑아 되돌려주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략 7~10일 수준으로 보고되는데, 개인 맞춤 세포치료치고는 비교적 짧은 편입니다.

세 번째는 성격이 조금 다른 키므트락(KIMMTRAK, 테벤타푸시)입니다. 이 약은 환자 세포를 조작하지 않습니다. 대신 gp100을 겨냥하는 가용성 TCR에 항CD3 부위를 붙인 이중특이성 융합단백질로, 정맥 주사로 T세포를 암세포 곁으로 끌어옵니다. 전이성 포도막흑색종에 2022년 허가됐고, HLA-A*02:01 양성 환자가 대상입니다(Immunocore). 세포를 배양하는 TCR-T와, 기성품 단백질을 주사하는 TCR 이중특이체는 같은 'TCR 인식'을 쓰되 전달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세 제품의 위치를 간단히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품표적방식주요 적응증
테셀라MAGE-A4자가 TCR-T세포활막육종
레테셀NY-ESO-1자가 TCR-T세포활막육종·MRCLS
키므트락gp100TCR 이중특이 단백질포도막흑색종

TCR-T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4단계 여정

환자 입장에서 보면 과정은 크게 네 단계로 이어집니다. 초보자도 흐름을 그릴 수 있도록 정리해 봅니다.

1단계 — 자격 검사. 가장 먼저 HLA형과 표적 항원 발현을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테셀라는 특정 HLA형과 MAGE-A4 양성을, 레테셀은 HLA-A*02와 NY-ESO-1 발현을 요구합니다. 이 관문에서 상당수 환자가 걸러집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진단 초기에 미리 HLA·항원 검사를 걸어두는 편이 시간을 아낍니다.

2단계 — 세포 채취(백혈구성분채집). 자격을 통과하면 환자 혈액에서 T세포를 모읍니다. 헌혈과 비슷하게 팔 정맥으로 진행하며, 특별한 수술은 없습니다.

3단계 — 조작과 배양. 채취한 T세포에 표적 TCR 유전자를 렌티바이러스 벡터 등으로 넣고, 충분한 수가 될 때까지 배양합니다. 완성된 세포는 수십억 개 규모에 이릅니다. 이 기간에 환자는 종종 림프구 감소를 유도하는 전처치 항암요법을 받아, 되돌아올 조작 세포가 자리 잡을 공간을 만듭니다.

4단계 — 주입과 관찰. 배양된 TCR-T세포를 다시 몸에 넣습니다. 이후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 등 면역 관련 반응을 며칠간 면밀히 관찰합니다. 대부분 한 번의 주입으로 끝나며, 반복 투여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일반 항암제와 다릅니다.

기존 방식과 견줘 보면 변화가 뚜렷합니다. 예전에는 표준 항암제가 듣지 않는 진행성 육종 환자에게 제시할 카드가 사실상 소진되곤 했는데요. 이제는 HLA·항원 조건만 맞으면, 자기 면역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해 종양 내부 항원을 겨냥하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물론 모두에게 열린 문은 아니지만, 닫혀 있던 문에 틈이 생긴 것은 분명합니다.

안전성 논쟁과 남은 숙제

TCR-T의 역사에는 뼈아픈 교훈이 있습니다.

과거 MAGE-A3를 겨냥하도록 친화도를 높인 TCR-T 임상에서, 조작된 T세포가 심장 근육 단백질인 타이틴(titin)의 유사 펩타이드를 잘못 알아보고 공격해 사망 사례가 발생했습니다(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표적과 무관해 보이던 정상 조직이 우연히 비슷한 펩타이드를 HLA에 얹고 있었던 것인데요. 이 교차반응(cross-reactivity) 문제는 TCR의 친화도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릴수록 예측이 어려워집니다. 세게 붙잡을수록 엉뚱한 대상까지 붙잡을 위험이 커진다는 역설입니다.

그래서 이 분야의 최근 화두는 '강하게'가 아니라 '정확하게'입니다. 2026년 발표된 리뷰는 안전성을 최우선에 둔 설계 방향을 정리하는데요. AI 기반으로 교차반응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유전자 교정으로 도입한 TCR이 원래 TCR과 잘못 짝짓는 미스페어링(mispairing)을 막으며, 여러 환자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공공 신항원(public neoantigen)을 우선 표적하는 전략들이 거론됩니다.

남은 숙제는 크게 셋으로 정리됩니다. 첫째는 앞서 반복한 HLA 제약입니다. 지금 허가된 제품 대부분이 HLA-A*02형에 묶여 있어, 이 유형 빈도가 낮은 집단에서는 혜택 대상이 줄어듭니다. 한국인을 비롯한 다양한 인구집단의 HLA형을 아우르는 TCR 개발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둘째는 항원 발현의 불균일성과 종양 미세환경의 억제 신호, 셋째는 개인 맞춤 제조에 따르는 비용과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해 보입니다. 혈액암에서 출발한 세포치료가 CAR-T를 거쳐, 이제 고형암이라는 오랜 벽 앞에서 HLA라는 새 열쇠를 손에 쥔 국면입니다. 문이 활짝 열렸다고 말하기엔 이르지만, TCR-T가 그 열쇠 중 하나라는 사실은 임상 데이터가 조금씩 증명해 가고 있습니다.

FAQ

TCR-T와 CAR-T는 무엇이 가장 다른가요? 인식 대상이 다릅니다. CAR-T는 암세포 표면 단백질만 붙잡는 반면, TCR-T는 HLA 분자에 얹힌 세포 내부 항원 조각까지 알아봅니다. 그래서 표면 표적이 부족한 고형암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지만, 특정 HLA형을 가진 환자에게만 쓸 수 있다는 제약이 따릅니다.
누구나 TCR-T 치료를 받을 수 있나요? 아닙니다. 특정 HLA형(예: HLA-A*02)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종양이 표적 항원(NY-ESO-1, MAGE-A4 등)을 실제로 발현해야 합니다.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환자는 제한적이며, 사전 검사에서 상당수가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치료 효과와 안전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활막육종을 대상으로 한 테셀라 임상에서 객관적 반응률이 약 43%로 보고됐고, NY-ESO-1 표적 레테셀의 IGNYTE-ESO 임상에서도 약 42%의 반응률이 나왔습니다. 다만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과 정상 조직 교차반응 같은 면역 관련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경험 있는 의료기관에서의 관찰이 필요합니다.
기존 항암제와 비교해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세포를 채취해 조작·배양한 뒤 되돌려주기까지 대략 1\~2주가량 소요되며, 대부분 한 번의 주입으로 마무리됩니다. 반복 투여를 전제로 하는 일반 항암제와 달리, 자기 면역세포를 한 차례 재프로그래밍하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키므트락도 TCR-T 세포치료제인가요? 엄밀히는 다릅니다. 키므트락(테벤타푸시)은 환자 세포를 배양하지 않고, TCR 인식 부위에 항CD3를 붙인 이중특이성 단백질을 정맥 주사하는 방식입니다. TCR의 항원 인식 원리는 공유하지만 세포를 조작하는 TCR-T와는 전달 방식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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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