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4 · 정은서 (수석연구원)

종양용해바이러스(Oncolytic Virus) 치료제란 무엇인가요? 임리직부터 RP1까지 2026 항암 바이러스 완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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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용해바이러스 치료제는 암세포 안에서만 증식하도록 설계된 바이러스를 이용해 종양을 직접 깨뜨리고, 동시에 환자의 면역 시스템을 깨워 암을 공격하게 만드는 차세대 면역항암 모달리티입니다. 2015년 흑색종 치료제 임리직(Imlygic, T-VEC)이 세계 최초로 FDA 승인을 받았고, 2021년 일본의 델리탁트(Delytact, G47Δ), 그리고 2025년 방광암 영역에서 크레토스티모진(cretostimogene)이 임상 3상 데이터를 내며 영역이 넓어지는 중입니다.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 신경교종·췌장암 같은 난치암으로의 확장이 핵심 흐름인데요, 이 글에서는 작동 원리부터 임상 현황, 한계와 실전 관전 포인트까지 정리합니다.

목차

임상 현장에서 본 흑색종 환자의 임리직 치료 이야기

몇 해 전, 4기 흑색종으로 피부와 림프절에 결절이 여러 개 퍼진 60대 환자분의 케이스 리뷰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면역관문억제제를 먼저 썼지만 일부 병변은 줄고 일부는 그대로였습니다. 이른바 혼합 반응(mixed response)인데요, 종양내과 입장에서 가장 애매한 상황입니다. 이때 논의된 옵션 중 하나가 피부·피하 병변에 직접 주사하는 임리직(Imlygic, T-VEC)이었습니다.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때 솔직히 낯설었습니다. 항암제를 정맥으로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초음파를 보며 종양 덩어리 안으로 바늘을 찔러 바이러스 용액을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었거든요. 주사한 병변은 며칠 지나 벌겋게 붓고 약간의 미열이 동반됐습니다. 환자분은 ~독감 비슷한 몸살을 며칠 앓았다고 표현하셨는데, 흥미로운 건 그 다음이었습니다.

주사하지 않은 다른 부위의 작은 결절 일부가 몇 주에 걸쳐 같이 줄어든 겁니다. 직접 약을 넣지 않은 곳까지 반응하는 이 현상을, 멀리 떨어진 병변이 함께 반응한다는 뜻으로 abscopal effect(원격 효과)라고 부릅니다. 종양용해바이러스가 단순히 그 자리의 암 덩어리만 깨는 국소 치료가 아니라, 몸 전체의 면역을 흔드는 전신 치료가 될 수 있다는 걸 눈으로 본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환자에게 이렇게 극적인 반응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 점은 뒤에서 솔직하게 다루겠습니다.

왜 기존 항암제로는 부족했을까: 산업적 배경

암 치료의 역사는 크게 보면 수술, 방사선, 세포독성 화학항암제, 표적치료제, 그리고 면역항암제 순으로 무기가 늘어온 과정입니다. 각각은 분명한 진전이었지만 공통의 약점도 있었는데요.

세포독성 화학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무차별 공격합니다. 그래서 암세포뿐 아니라 골수·점막·모낭 같은 정상 조직도 같이 타격을 받습니다. 탈모, 백혈구 감소, 구내염 같은 부작용이 따라오는 이유입니다. 표적치료제는 특정 변이를 정밀하게 노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암이 우회로를 찾아 내성을 만듭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게임의 판을 바꿨습니다. 암이 면역세포의 브레이크를 거는 걸 풀어, 우리 몸의 T세포가 다시 암을 공격하도록 만들었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벽이 있었습니다. 면역세포가 적게 침투한 이른바 ~차가운 종양(cold tumor)에서는 브레이크를 풀어줘도 싸울 군대 자체가 종양 안에 없으니 효과가 약했던 겁니다. 면역관문억제제 단독 반응률이 암종에 따라 20~40% 수준에 머무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여기서 발상이 전환됩니다. 브레이크만 풀 게 아니라, 차가운 종양을 뜨겁게 데워서 면역세포를 불러모으면 어떨까? 종양 안에서 바이러스가 세포를 터뜨리면 그 잔해가 일종의 위험 신호가 되어 면역세포를 끌어들입니다. 종양용해바이러스가 면역항암제의 보조 도구로 주목받게 된 핵심 논리가 바로 이것입니다.

종양용해바이러스란 무엇인가: 정의와 작동 원리

종양용해바이러스(Oncolytic Virus, OV)는 정상 세포는 거의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 안에서만 골라 증식하도록 유전적으로 설계된 바이러스를 뜻합니다.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바이러스 항암제라고도 불립니다.

두 갈래의 공격 방식

종양용해바이러스의 항암 효과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첫째, 직접 용해(direct oncolysis)입니다. 바이러스가 암세포 안으로 들어가 자기 복제를 반복하다가, 세포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터지면서 죽습니다. 그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새 바이러스 입자가 옆의 암세포로 다시 퍼져 나갑니다.

둘째, 면역 활성화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쪽이 더 중요합니다. 암세포가 터질 때 종양 항원과 바이러스 성분이 한꺼번에 노출되는데, 이게 면역세포에게 ~여기 적이 있다는 신호가 됩니다. 이렇게 유도된 면역원성 세포사(immunogenic cell death)는 수지상세포를 깨우고, 깨어난 수지상세포가 T세포에게 암의 생김새를 가르쳐 전신적인 항암 면역으로 이어집니다.

정상 세포는 왜 안전한가

비결은 암세포와 정상 세포의 차이를 이용하는 데 있습니다. 정상 세포는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인터페론 같은 항바이러스 방어를 빠르게 작동시켜 증식을 막습니다. 반면 많은 암세포는 빠른 증식에 자원을 몰아쓰느라 이 방어 시스템이 망가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양용해바이러스는 바로 이 허점을 노립니다. 정상 세포에서는 막히고 암세포에서만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선택성이 여기서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임리직(Imlygic, T-VEC)은 단순포진바이러스 1형(HSV-1)을 개조한 약입니다. 신경독성과 면역 회피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제거해 정상 신경세포를 덜 건드리게 만들고, 대신 면역세포를 부르는 신호물질인 GM-CSF 유전자를 끼워 넣었습니다. 바이러스를 일종의 운반체 삼아 면역 증폭 장치를 종양 안에 직접 배달하는 셈입니다.

주요 종양용해바이러스 치료제와 2025~2026 임상 현황

현재 임상에서 쓰이거나 후기 단계에 들어선 종양용해바이러스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치료제바이러스 종류대상 암종현황
임리직(Imlygic, T-VEC)HSV-1진행성 흑색종2015년 FDA 승인 (세계 최초)
델리탁트(Delytact, G47Δ)HSV-1악성 신경교종2021년 일본 조건부 승인
RP1(vusolimogene oderparepvec)HSV-1진행성 흑색종2026년 4월 FDA 재심사 예정
크레토스티모진(cretostimogene)아데노바이러스비근침윤성 방광암임상 3상 진행
펠라레오렙(pelareorep)레오바이러스유방암 등임상 2상 긍정적 결과

임리직은 2025년 기준으로도 여전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식 승인된 종양용해바이러스 치료제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습니다(바이오스펙테이터).

RP1: 임리직 이후 10년 만의 도전

가장 주목받는 후보는 레플리뮨(Replimune)의 RP1입니다. 역시 HSV-1을 기반으로 하되, 세포끼리 융합시켜 더 강하게 터뜨리는 융합원성 단백질과 GM-CSF를 함께 탑재했습니다. PD-1 치료에 실패한 진행성 흑색종 환자에서 옵디보(니볼루맙)와 병용하는 용도로 신청됐는데요. 2025년 7월 FDA가 한 번 거절(Complete Response Letter)하면서, 단일군 임상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레플리뮨은 같은 해 10월 자료를 보완해 재신청했고, 새 심사 목표일은 2026년 4월 10일입니다(Dermatology Times). 승인된다면 임리직 이후 약 10년 만에 나오는 두 번째 미국 항암 바이러스 제제가 됩니다.

흑색종을 넘어서

연구는 피부암 밖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악성 뇌종양, 두경부암, 폐암, 간암, 췌장암, 대장암 등에서 임상이 진행 중인데요. 특히 삼중음성유방암(TNBC)에서 T-VEC을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에 더하는 2상 시도가 보고됐고(PubMed), 방광암 영역에서는 아데노바이러스 기반 크레토스티모진이 BCG 불응성 비근침윤성 방광암을 겨냥해 3상 데이터를 쌓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항암바이러스의 암세포 전달률을 크게 끌어올린 운반체를 발표하는 등(세브란스병원) 전달 기술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 1+1이 3이 되는 이유

종양용해바이러스 연구의 무게중심은 단독요법에서 병용요법으로 이미 옮겨갔습니다. 이유는 앞서 말한 차가운 종양 이야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T세포의 브레이크를 풀어주지만, 종양 안에 T세포가 충분히 들어와 있어야 효과가 납니다. 종양용해바이러스는 바로 그 T세포를 종양 안으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즉 한쪽은 군대를 모으고, 다른 쪽은 군대의 족쇄를 풀어주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둘을 함께 쓰면 단순한 덧셈을 넘는 상승 효과가 기대됩니다.

실제로 HSV 기반 종양용해바이러스에 사이토카인이나 항체 같은 면역조절 유전자를 무장(arming)시키고, 여기에 면역관문억제제를 더하는 전략이 효능을 높이는 핵심으로 꼽힙니다(Nature Reviews Clinical Oncology). 2025년 7월에는 레오바이러스 계열인 펠라레오렙과 파클리탁셀 병용이 전이성 유방암 2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병용이 만능은 아닙니다. 부작용이 겹쳐 늘어날 수 있고, 어떤 환자에게 어떤 조합이 맞는지를 가려낼 바이오마커가 아직 충분치 않습니다. 병용 설계 자체가 또 하나의 연구 주제인 셈입니다.

한계와 과제: 전달 효율과 항바이러스 면역

기대가 큰 만큼 솔직하게 한계도 봐야 합니다. 종양용해바이러스는 몇 가지 구조적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첫째, 전달의 문제입니다. 임리직처럼 피부·피하 병변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은 손이 닿는 종양에만 쓸 수 있습니다. 폐나 췌장처럼 몸 깊은 곳, 혹은 전이가 여러 곳에 퍼진 경우에는 바늘을 일일이 찔러 넣기 어렵습니다. 정맥주사로 전신에 보내려는 시도가 있지만, 혈액 안의 항체와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를 표적에 닿기도 전에 제거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역설적이게도 면역 자체가 걸림돌이 됩니다. 종양용해바이러스는 면역을 깨우는 게 목적인데, 그 면역이 바이러스도 적으로 인식해 빠르게 중화시켜 버립니다. 특히 반복 투여하면 항바이러스 항체가 점점 늘어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종양은 뜨겁게 데우되 바이러스 자신은 오래 살아남게 만드는, 미묘한 균형이 필요합니다.

셋째, 제조와 품질관리입니다.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일정한 역가로 대량 생산하고 안정적으로 보관·유통하는 일은 일반 화학 의약품과 차원이 다릅니다. 콜드체인, 무균 공정, 역가 관리 같은 cGMP 제조 역량이 상업화의 실질적 관문입니다.

실전 가이드: 환자·보호자가 알아두면 좋은 5단계

종양용해바이러스 치료를 검토하게 됐을 때,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 확인하면 좋은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 정보이며, 모든 결정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1단계, 적응증 확인. 현재 정식 승인된 종양용해바이러스(임리직)는 흑색종 중에서도 주사 가능한 피부·피하·림프절 병변이 있는 경우가 기본입니다. 내 암종과 병기가 대상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합니다.

2단계, 임상시험 옵션 탐색. 승인 약이 없는 암종이라면 임상시험이 현실적 경로일 수 있습니다. 췌장암, 뇌종양, 방광암 등에서 진행 중인 종양용해바이러스 임상이 있는지 담당 의사나 임상시험 등록 정보를 통해 알아봅니다.

3단계, 병용 여부 이해. 요즘 임상은 대부분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입니다. 단독보다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부작용 양상도 달라질 수 있으니, 어떤 약을 함께 쓰는지 확인합니다.

4단계, 부작용 예측. 흔한 반응은 주사 부위 통증·발적, 발열, 오한, 피로 같은 독감 유사 증상입니다. 대개 일시적이지만, 면역저하자나 동거 가족 중 임산부가 있는 경우 등 바이러스 전파 관련 주의사항을 반드시 안내받아야 합니다.

5단계, 반응 평가의 특수성 이해. 면역 기반 치료는 종양이 일시적으로 커 보이다 줄어드는 가성 진행(pseudoprogression)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첫 영상 한 장으로 실패를 단정하지 않고, 의료진의 종합 판단을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FAQ

종양용해바이러스 치료는 일반 항암주사보다 부작용이 더 심한가요?

대체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주사 부위 반응과 발열·오한·피로 같은 독감 유사 증상으로, 세포독성 항암제의 탈모나 심한 골수 억제와는 양상이 다릅니다. 다만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할 경우 면역 관련 부작용이 더해질 수 있어, 개인별 위험은 담당의와 상의해야 합니다. 또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쓰는 만큼 주변 면역저하자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관리 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 암에나 쓸 수 있나요? 정확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아직 아닙니다. 정식 승인된 약(임리직)은 주사 가능한 병변이 있는 진행성 흑색종이 기본 대상입니다. 다른 암종은 대부분 임상시험 단계입니다. 효과 면에서도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으며, 종양의 면역 환경과 바이러스 방어 시스템 상태에 따라 반응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누구에게 잘 들을지 예측하는 바이오마커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국내에서도 받을 수 있나요? 상업적·임상적 적용 현황은요?

2026년 기준 국내에 종양용해바이러스 치료제가 일반 진료로 폭넓게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관련 임상연구와 전달 기술 연구는 국내 병원·연구기관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정 임상시험 참여 가능 여부는 암종, 병기, 이전 치료 이력에 따라 달라지므로 진료과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기존 면역항암제와는 무엇이 다른가요?

면역관문억제제가 이미 종양 안에 들어와 있는 T세포의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약이라면, 종양용해바이러스는 종양을 직접 깨뜨려 면역세포를 종양 안으로 불러들이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둘은 경쟁 관계라기보다 보완 관계여서, 차가운 종양을 뜨겁게 만들어 면역항암제가 더 잘 듣게 하는 조합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치료 효과는 얼마나 빨리 나타나나요?

면역을 매개로 하는 치료라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편입니다. 주사 부위는 비교적 빠르게 반응하지만, 떨어진 병변까지 영향을 주는 전신 반응은 몇 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초기에 종양이 일시적으로 커 보이는 가성 진행이 생길 수도 있어, 단기간의 영상만으로 효과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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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논문